'일상/독서'에 해당되는 글 8건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

작가 : 하야마 아마리

번역 : 장은주

출판 : 예담

발매 : 2012.7.20 

참고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965739



굉장한 책이었다.

첫 가족여행으로 일본 가기 전, 교보문고에서 어머니에게 내가 이 책을 들고선 마치 읽어본 사람마냥 설명을 하고 난 이 책을 사서 읽을거야! 라고 말해서 이번에 읽은거냐고 놀라워 하셨는데.. 난 전혀 기억에 없다 ㅋㅋ 근데 신기하게 사옴 ㅋㅋ 

여튼 제목도 독특하고, 이 책 전에 고슴도치가 그려진 책을 먼저 집은 뒤 현재의 나의 심리에 자극을 주기 위해 읽게 된건데, 공감하는 것도 많았고, 감히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존경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하야마 아마리 라는 필명은 가명이라고 한다. '아마리'는 '나머지, 여분' 이라는 뜻으로 '스스로 부여한  1년치 여분의 삶' 을 뜻한다고 한다.


아마리의 삶은 어떻게 보면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 부모님이 아이의 재능을 잘 몰라 이것저것 과도하게 보낸 학원들,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도 모르고 시키는대로 하는' 그런 학습을 하다가, 어느날 시험 성적이 잘 나오자, 부모님이 기뻐해 그 뒤로 공부만 하고, 하지만 세상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넘치고, 명문대를 들어가 졸업해 좋은 회사에 취직하지만 신입의 패기대로 1년뒤 미래를 보지 않고 그만두고 그 뒤로는 파견사원을 전전긍긍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쓰러지고, 집은 풍비박산, 그 집을 뛰쳐나와 아마리는 홀로 지내지만, 파견사원의 늪에 빠져 우울하게 지내며 스물 아홉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이 책에서의 명대사는 굉장히 많다.

아마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삶에서 자살을 결심하지만, 그것마저 용기가 없어 실패하고, 그 때 TV에서 나오는 화려한 라스베가스의 모습을 보면서 '뚜렷한 목표'가 생기게 된다.

'스물아홉, 마지막 날 라스베가스에서 화려한 삶을 살고 카지노를 한 뒤에 끝내자!' 라는것.

그렇게 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아서.


라스베가스를 즐기기에 파견사원의 급여로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그녀는 과감하게 긴자의 호스티스로 일하기로 결심한다. 낮에는 파견사원, 밤에는 화려한 호스티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누드모델 소개를 받아 눈코뜰새없이 일을 하며 돈을 모은다. 그렇게 모든것은 '어차피 자살도 시도했는데 (1년뒤 죽을건데) 뭐가 두려운가?' 라는 마인드로 모든것을 시도했고, 그것이 그녀를 바꾸어 놓았다.

그러자 그녀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쉴 틈 없이 달리다 과로로 쓰러지자, 그녀의 친구는 이런 말을 한다.


"초보 카레이서들은 매순간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으려고만 한대. 하지만 노련한 카레이서는 가속페달보다는 브레이크를 더 잘 쓴다는 거야. 지금 너한테 딱 필요한 말 가지 않아?"


"난 브레이크가 있는지도 몰랐어."


"브레이크를 안 쓰면 차가 커브 길에서 전복되거나 엔진 과열로 폭발할 수 있어. 명심해, 너를 결승선까지 데려가 주는 건 네 몸뿐이야. 몸을 홀대하면 결국 몸이 너를 거부하게 될 거야."

-186P-



결국 해피엔딩이지만! 이것은 읽는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에..

그 외에 자극받았던 대사들..


"가진 게 없다고 할 수 있는 것까지 없는 건 아니지."

- 73P-



내가 알고 있는 나는 하나뿐이지만, 남들이 보는 나는 천차만별이었다. 사실 글미 속의 나는 '나'이면서 또한 내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나와 남이 느끼는 내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가 알고 있는 느낌과 나의 기준대로 이해받길 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왜 아무도 날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고 의기소침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생각과 느낌은 십인십색, 사람의 숫자만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나와 똑같은 느낌을 요구하거나 이해해 달라는 것은 무리이고 어리광이며, 오만일지도 모른다.

-107P-



밤의 호화로운 세계에 빠져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 K사장과의 달콤한 애프터도, L회장이나 다른 손님들과의 특별한 '상류사회 체험'도 모두 샛길일 뿐이다. 여기에 머무는 순간 라스베이거스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릴 것이다.

길 위에 올라선 자는 계속 걸어야 할 것이다. 안주하는 순간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까.

-136P-



"사실 처음엔 그런 꿈으로 일본에 왔어.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인도에 있을 때보다 훨씬 보수를 많이 받거든. 그러다 보니 자꾸 나 스스로 계획을 미루게 되더란 말이지. 미나코, 아마리 너희들을 만나고 나서야 아차 싶었어. 고향에 있을 때 나한테 요리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적의 행군을 막으려면 술과 고기를 베풀어라.'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그래서 오늘 이 만찬을 계기로 다시 나의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

-168P-



혼자서 뷔페라니, 1년 전의 나라면 주변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다. 남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 오직 그것뿐이다.

-199P-



'주저할 때가 바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

그래, 여기서 걸지 않고 어떻게 승부를 기대하겠는가?

-219P-



나는 단 6일을 위해 1년을 살았고, 삶을 끝내기 위해 6일을 불태웠다. 그 끄트머리에서 '20대의 나'는 죽고 30대의 내가 다시 살아났다. 이제부터 맞이하게 될 수많은 '오늘들'은 나에게 늘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내일'이란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의 인생은 천금 같은 오늘의 연속일 테니까.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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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작가 :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 : 이영미

출판 : 문학동네

발매 : 2016.6.1 

참고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624812




1Q84,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이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2016년도인데, 책이 출판된 6월에서 8월 사이 그 쯔음인것 같다. 한참 드롭탑에서 일을 하고 있을 당시, 6시 뉴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소개되었는데, 책 제목과 컬러, 그리고 여행기라는 단어가 나를 사로잡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 뒤로 찾아다녔지만 새 책이었으므로 도서관에서는 발견하기도 어려웠고, 몇 개월 전에는 교보문고 '노르웨이의 숲' 이 새로 개정되어 그 책에 흥미를 갖게 되어 도서관에서 빌려보다가 운 좋게 대여를 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여행기인 만큼 어렵지 않고 쉽고 재밌게 읽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쓰는 내내, 20년동안 다양한 곳들을 돌아다니며 지금의 유명한 책들을 탄생시켰는데, 재방문을 하거나 과거에 방문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몇 몇 잡지에 실었던 글을 모아 탄생시킨 책이다.


다른 글도 아니고 여행기는, 여행 직후에 마음먹고 쓰지 않으면 좀처럼 그 생생함을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216P-


이 책의 제목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는 본문에도 썼듯이, 경유지인 하노이에서 만난 한 베트남 사람이 라오스로 향하는 내게 했던 질문입니다.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 있는 것이 대체 뭐냐고 말이죠.

그 질문에 나도 한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

여행이란 그런 겁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무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가진 않을 겁니다.

...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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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

일상/독서 2016. 12. 23. 23:01



오르가니스트([각주:1]Schlafes Bruder)

작가 : 로버트 슈나이더

번역 :안문영

출판 : 북스토리

발매 : 2006.9.1 (1999.8.18 등록)

참고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501232

 


주인공 요하네스 엘리아스 알더는 태어나면서부터 쇳소리같은 목소리를 지녀 부모에게 미움을 받는다. 

다섯살이 되던 해, 몰래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가 신의 저주인지, 선물인지, 비정상적인 청각을 깨우치게 되고, 갑자기 외모가 기괴하게 변한다.

이와 머리가 한웅큼씩 빠지고, 허리는 굽었으며, 아름다웠던 초록색의 눈동자마저 징그러운 누런색으로 변한다.

소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 자신과의 인연인 한 사람의 심장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의 음향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섬세한 형상을 지닌 음향이었기 때문에, 그처럼 거대한 우주의 소동 속에서는 사라져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남았고,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음향은 에쉬베르크로부터 밀려왔다. 그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린이, 여성의 성을 지닌 태아의 약한 심장박동 소리였다. 엘리아스는 보고 들은 것을 다 잊어버렸지만, 태어나지 않은 그 심장의 소리는 잊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를 위해 정해진 인간의 심장박동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애인의 심장이었다.

< 오르가니스트 51P >


신이 주신 청각이 있었지만, 신비한 경험 덕분에 엘리아스의 외모는 기괴하게 변한다. 부모에게서조차 버림받아 그는 집에만 갇혀 지내게 된다. 그를 기다리는것은 오직 그의 악마같은 친구 페터뿐이었다.

엘리아스가 10대 중반이 되자 그의 쇳소리같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저음으로 변한다. 또한 그는 성당에서 오르간의 '송풍기지기'가 되고, 오르간을 사랑하게 된다.

엘리아스는 혼자서 오르간에 모든것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또한 그는 오로지 청각을 이용해 연주하는 법을 익힌다. 그렇게 성당에서 자신만의 해석으로 찬송가를 연주하고, 그의 연주는 마을 사람 모두를 사로잡는다.

오로지 오르간을 위해 살던 엘리아스는, 자신의 인연인 엘스베트를 만나게 되고, 처음에 그의 기괴한 외모에 놀란 엘스베트지만, 그의 친절함과 다정한 목소리,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연주에 그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엘스베트는 엘리아스에게서 고백을 받지 못했고, 그녀는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한 모양이다.

얼마 뒤, 페터에게서 엘스베트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고 엘리아스는 좌절을 하고, 성당을 찾아가 신에게 막말을 퍼붓는다. 그 도중, 누군가의 기척을 느낀다.


그는 한 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의 얼굴은 에쉬베르크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아이는 의자에 앉아 기도서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 (중략) ... 그는 아이의 머리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에는 촘촘하게 감긴 붕대가 달라붙어 있었다. 왼쪽 관자놀이에는 마른 핏자국인 듯, 크고 검은 얼룩이 퍼져 있었다. 엘리아스는 누런 누더기를 두른, 방어할 줄 모르는 아이의 몸을 보았다. 그는 그 몸이 얼어 있고, 온통 갈라져 터진 것을 보았다. 그런 다음에는 그 몸에서 이상한 흠을 하나 발견했다 아이에게 배꼽이 없었던 것이다.

< 오르가니스트 232~233P >

엘리아스가 성당에서 본 이상한 아이는 신이었다. 엘리아스는 신에게 축복을 바라며 그 자리에서 기절을 했다.

그가 다시 일어났을 때 그의 눈의 동공은 누런색 대신 아름다운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 뒤, 펠트베르크 성당 오르간 연주자이자 합창지휘자인 부르노 골러가 엘리아스의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펠트베르크의 음악대학에서 열리는 연례 오르간 행사에 그를 초대한다. 골러는 엘리아스의 연주를 듣고 반해 그를 초청했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고 그의 실력을 감당하지 못해 초대한것을 후회한다.

엘리아스는 엘스페트때문에 모든 의욕을 잃었다. 하지만 페터는 이것이 친구의 생애에서 가장 큰 승리가 되리라고 예감하여 그를 설득하여 행사에 가는데 성공한다.

이곳에는 엘리아스가 다루던 오래된 오르간과는 비교도 안될, 어마어마한 크기와 성능을 가진 화려한 오르간이 기다리고 있었고, 엘리아스를 뺀 나머지는 모두 악보를 볼 줄 아는, 명문가의 자제들이었다. 엘리아스는 맨발에 냄새가 나며, 다 헤져가는 옷을 입고 있는 그런 청년이었다. 골러는 그를 초대한것을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망신을 당하길 바랐다. 그래서 그를 깔보는 말투로 모두에게 소개하였다. 

엘리아스 차례가 되어 그가 '이 찬송가의 멜로디를 몰라요. 악보를 볼 줄 몰라요. 누군가가 먼저 연주를 해 주어야 해요.'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자, 골러는 보란듯이 건성건성 연주를 하였다. 그리고 엘리아스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송풍기 앞에 있는 두 사내는 엘리아스의 초라한 겉모습을 불쌍히 여기며, 상을 찡그렸다.

그때 갑자기 천둥이라도 몰아치듯이 건반의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올라가는 강력한 포르티시모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그들은 오르간이 부서져나간다고 생각했다. ... (중략) ... 아무리 골러가 음전들의 기능을 그저 스치듯이 보여주었어도, 엘리아스는 그것들을 아주 능숙하게 혼합할 줄 알았다. 

... (중략) ... 그가 기본음전을 다 사용한 합창곡으로 푸가의 주제를 제시했을 때, 머리가 석회처럼 하얗게 센 네 명의 교수들 중 세 번째 교수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저럴 순 없어! 저럴 순 없어!" 소리치는 그를 가혹한 힘을 쓰지 않고서는 다시 의자에 앉힐 수가 없었다. 그 푸가의 선율은 길게 이어지면서, 거창하고 유려한 상상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 위에서 무슨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 주제는 즉흥연주되고 있는 찬송가의 기본화음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금실은실로 장식한 듯 꿈결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 오르가니스트 274~283P >

사람들은 그의 연주를 듣고 그를 숭배까지 하였다. 

하지만 골러가 지속적으로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 오르간 연주자는 전통적인 성당의 악곡들을 결코 연주할 수 없을 것.'과 그 외를 문제삼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그덕에 '엘리아스 알더 협회' 설립이라던가 '부수석 오르간 연주자'로 등록은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

그 중, 엘리아스의 연주를 듣고 "저럴 순 없어!" 라며 놀라워 했던 교수 한 명이, 엘리아스를 위해 대학에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으라며 편지와 거액의 수표를 보냈지만, 엘리아스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엘리아스는 연주로 인해 모든 힘을 소진하였고, 엘스베트를 향한 사랑을 위해 그는 잠을 자지 않고, 잠이 오지 않도록 독을 섭취하며 견디다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펠트베르크 오르간축제 주에 내가 엘스베트를 내 진심의 절반만 가지고 사랑했다는 생각이 떠올랐어. 그래서 하나님이 나한테 엘스베트를 거부하신 거야. 내 애정은 그저 뜨뜻미지근했으니까. 소위 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거짓말과 어중간한 마음을 쌓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어.

그의 입에서 말이 떨리면서 흘러나왔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남자라면, 어떻게 한 여자를 평생 사랑한다고, 그러나 낮 동안만, 그리고 아마도 한 생각이 지속되는 동안만 사랑한다고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겠니? 그건 진실이 될 수 없어. 왜냐하면 사람은 자는 동안은 사랑을 하지 않기 때문이야. 잠을 잘 때는 죽어 있는 상태가 되는 거야. 그래서 잠과 죽음을 형제라고 일컫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어. 말하자면 잠자는 시간은 낭비이고, 따라서 죄악이야. 한 인간이 잠으로 낭비한 시간은 그가 죽은 뒤에 연옥에서 보낼 시간에 그만큼 더 해지게 돼. 그래서 나는 남아 있는 삶을 깬 상태로 다시 살기로 결심한 거야. 그리고 이 깨어 있는 새로운 삶은 나에게 엘스베트의 사랑과 천국에서의 영원하고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줄 거야. < 오르가니스트 304~305P >

엘리아스의 이 말은, 책 중간에서 부흥설교사인 코르비니우스 펠다우 폰 펠트베르크 (가명?)에게서 한번 나오는데,

"단 한순간도 그대들은 쉬지 말라!!"

"평생 단 한 시간을 사랑하지 않고 허비하는 자는 그 한 시간을 연옥에서 보내게 되리라. 더 이상 자지 마라, 왜냐하면 잠을 자면 사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나를 보라!! 열흘 밤과 낮 동안 나는 잠을 자지 않았노라!!"

"잠든 자는 사랑하지 않는다!!"

< 오르가니스트 157~158P >

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책의 주제이자 책 제목이다.



처음에는 글 스타일이나 내용이 기괴해서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그래서 읽기가 힘들었는데, 엘리아스가 엘스베트에게서 사랑을 느끼고, 오르간 연주를 시작하면서부터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특히 연주를 자유롭게 할 때즈음 (중간부터) 끝까지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



  1. brother of sleep(잠의 형제) 라는 뜻,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의 칸타타에 나오는 가사 중 한 구절. 죽음을 '잠의 형제' 로 표현.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11&dirId=110807&docId=59026607&qb=U2NobGFmZXMgQnJ1ZGVy&enc=utf8§ion=kin&rank=1&search_sort=0&spq=0&pid=Ta0tJspVuFdsstUTt50sssssstC-498213&sid=zu9k/hZXdZXPoAdv1IgrQQ%3D%3D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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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의 낯선 자들 (STRANGERS ON A TRAIN)

작가 : 페트리샤 하이스미스 (Patricia Highsmith)

번역 : 홍성영

출판 : 오픈하우스

발매 : 2015.7.6 (1950년도 데뷔작)

관련 정보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229669 

촉망받는 건축가 가이는, 좋은 건수를 하나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곧 이혼을 앞둔 아내 '미리엄'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고, 그 소식을 알게되어 가이와 이혼을 해주지 않는다. 가이는 사랑하는 '앤'과 하루빨리 결혼을 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건축일을 진행하고 싶어했지만, 미리엄의 재혼이 틀어졌는지 계속해서 이혼을 미뤘다.

젊은 나이에 가진것이 많은 브루노는, 알코올 중독자 수준으로 술을 마셔댔으며 여자를 혐오하였다. 삶의 의욕이 없었고 살인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이코적인 그는, 자신의 아버지(캡틴)을 증오하였고, 살인충동에 휩싸였다.

그런 둘은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브루노는 가이와 대화를 하던 도중 그에게 연민과 호감을 느껴 '서로의 증오 상대를 살해하자' 라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이야기 하게 된다. 가이는 불쾌해 자리를 떠나지만, 브루노는 가이의 아내 '미리엄'을 살해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가이를 압박한다.

가이는 어쩔 수 없이 브루노의 아버지를 살해하는데 성공하지만, 브루노와 달리 살해하는 과정에서 집사와 마주치고, 증거물을 떨어뜨리는 등의 실수를 하게 된다. 그 둘의 수사는 마무리 되던 찰나, 브루노 아버지 살해 사건을 맡은 형사 '제러드'는 계속해서 브루노를 압박하고, 제러드를 멍청하게 본 브루노 입에서 '가이'의 칭찬을 듣게 된다.

수사와 전혀 관련없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제러드는 계속해서 둘을 뒤쫓고, 마침내 죄책감에 시달리던 가이를 통해 자백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에서 '살인'은 잔인한 사건이 아닌, 가이와 브루노를 연결해주는 애증의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가이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고, 지금 하는 일이 무척 즐겁고 사랑했으며, 살아갈 의욕이 있는 그런 남자였다. 반대로 브루노는 가진것은 많았지만 무엇때문인지 아버지를 증오하였고, 아름다운 어머니는 다른 남자 애인을 둔 상태였다. 그리고 늘 술을 마서 취해있는 상태였다. 그런 브루노는 가이를 보며 '삶의 의미'를 찾은것 같다. 그래서 가이에게 집착을 했고(처음에는 가이를 사랑하는건가 착각할 정도로)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브루노는 '양처럼 온순하게 죽어가지 않기 위해' 그런 짓을 벌인것이다. (옮긴이의 말)


옮긴이의 말에서 인상깊은 부분을 더 덧붙이자면,


1950년 데뷔작으로, 인간의 심리와 본질에 대해 비상한 감각을 가진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편집증처럼 품고 있던 갈등을 토해내듯 이 작품을 발표했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덕에 대한 갈등을 전부 쏟아낸 것 같은 절절함", '보석의 겉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절대 지워낼 수 없는 흠집처럼', 인간 심리의 심연 속에 도사리고 있는 흠집을 찾아내는 고독하고도 처절한 삶을 살다가 갔다.


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가이의 심리를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으며, 읽고 있는 내내 가이의 죄책감, 브루노에 대한 증오와 공포심 등이 잘 느껴져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있었네.... 굉장히 오래됐지만.. 영화도 굉장한 작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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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듯, 여행

일상/독서 2016. 12. 7. 16:21



연애하듯, 연애

글, 사진 : 라라 

출판 : 마음의 숲

발매 : 2015년 10월 7일


꽤 됐지 아마, 10월달인가 11월달쯔음 일산 백석역에 새로 생긴 교보문고를 둘러보는게 내 유일한 낙이었다.

일본에 있는 츠타야 서점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음료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같은 곳이다.

한참 '끌림' 이라는 에세이(기행문)을 읽고 있을때였는데, 우연히 여행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한번 훑어본게 첫 만남의 시작이었다.

사막 위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셔츠와 넥타이를 한 남자의 사진, 그리고 책 제목과 표지 앞 한 문장이 나를 설레게 했다.

배낭을 메고 세계여행을 하며 웨딩사진을 찍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배낭을 메고 여행하며 웨딩사진을 찍는것은 많은 사람들의 꿈일지도 모른다.

결혼은 여행과 같다 라는 말도 있는데, 이 둘의 스토리에서도 다양한 상황을 겪고 이겨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라라' 라는 여자와 'J'라는 남자.

라라는 일을 그만두고 인도 사막으로 여행을 오게 되는데, 여기서 학생 신분으로 왔던 J를 만나게 되고, 이 둘은 같이 여행을 다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식을 치룬다. 대단했던 건, 인도에서 J는 라라와 함께 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까지 찢어버린다.

그리고 그 둘은 다양한 목록을 세운다. 남들이 보기에도 검소한 결혼반지, 그리고 신혼여행.

그들의 결혼반지는 투박한 은 링 안에 서로의 지문을 남기고, 표면에는 첫 만남의 장소였던 '사막'을 표현하기 위해 모래를 이용해 자국을 남긴 반지였다.

그리고 신혼여행은 (가고싶은 곳으로)세계여행을 하며 웨딩사진을 찍는 것.


보통 여행지 하면 유럽이나 일본, 싱가폴과 같은 치안이 좋거나 먹을거리가 많고, 쇼핑하기 좋은곳을 택하기 마련인데 이들은 '태국,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우유니, 페루' 등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고생을 한다. 여행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그 와중에 J의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로 그들은 몇 번이나 다투고 헤어졌다 만나기를 반복한다. (그것도 몇 번이나!)

여행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한국의 빠른 삶에 적응을 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하지만, 

그녀의 귀국했을 당시의 블로그 글을 보면 (http://blog.naver.com/mynamelara/220189944194)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문제와, 시어머니로 인해 걱정이 있는 모양이다.

그에 대해 라라는,  

하지만 이 모든것은 내가 선택할 것이다. 내가 가는 길이고 우리가 가는 길이니까.

참 멋진 사람인것 같다. 이 책의 글쓴이가 라라여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책에서의 라라가 굉장히 멋지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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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작가: 페터 한트케

번역 : 홍성광 옮김

출판 : 열린책들

발매 : (초판 1987년) 2010년 6월 30일

관련 정보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877095&cid=41773&categoryId=41782


페터 한트케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를 '작가'로 선택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글을 쓴 뒤 '오후'에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첫 눈'이 내린다. 그리고 작가는 동네를 산책하며 본 사물들과 사람들, 들리는 언어들을 통해 마치 자신의 일상을 풀어나가듯 일상을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여 나열해 나간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가 사용하는 문장과 단어들은 마치 내가 '작가'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그가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좀 더 와닿았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품속의 '작가'가 작업중인 '일', '작품'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문장은 어느 사람이건 공감을 할거라고 생각한다. 일에서 멀어져 있지만 계속해서 일에 묶여있는 느낌?


걸을수록 일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서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작품>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그는 재료란 거의 중요하지 않고 구조가 무척 중요한 것, 즉 특별한 속도 조절용 바퀴 없이 정지 상태에서 움직이는 어떤 것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요소들이 자유로운 상태로 열려 있는 것, 누구나 접근 가능할 뿐 아니라 사용한다 해서 낡아 떨어지지 않는 것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작가의 오후 40 p)


'작가'는 왜인지 자신이 아직도 부족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프로가 아닌 풋내기, '작가인 척 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다음 검은 옷을 입은 어떤 사람이 그의 길을 가로 막고 집게손가락을 세워 들고는 <당신의 문학을 기소합니다!>라고 엄숙하게 통고했다. 이윽고 또 다른 사람이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내 아이를 위한 사인>을 요구했다. 요구대로 사인하는 동안 (동시에 그는 팔이 세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글 쓰는 일을 마친 작가가 아니라 꾸며 낸 듯 우스꽝스럽게 작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작가의 오후 64 p)



작가인 페터 한트케에 대해 알아보자면,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군 장교와 한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유부남이었고, 시대상으로 아비 없는 자식을 낳아서는 안 됐기 때문에 어머니는 다른 독일군 하사와 재혼을 하게 된다. 이후 가난한 동네에서 지내며 교육과는 먼 생활을 하며 부정적 감정을 지니고 자라게 된다. 이후에 문학을 접하고 특히 카프카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학생때는 법학을 공부하였지만 졸업 직전, 문학의 길을 가게 된다.


그의 삶이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글은 삶에 쉽게 융화되지 못하고 이질감이 느껴지며 문학/작가에 대한 열의와 애정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고뇌도 느껴졌다.


나의 짧은 이해력과 어휘력으로 감상평을 남기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저 위에 적은 책 안 짧은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번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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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일상/독서 2016. 11. 1. 23:58

좁은 문

작가: 앙드레 지드 

번역 : 오현우 옮김

출판 : 문예출판사

발매 : (초판 1909년) 제 2판 2002년 10월 20일

관련 정보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876518&cid=41773&categoryId=41782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가장 푸른 눈", "느림" 과 같이 구입 한 책.

인스타에 15년 3월 6일로 기록이 되어 있네. 

아무래도 이 책보단 가장 푸른 눈을 먼저 읽었고, 너무 어려워서 이 책을 읽었다가 다시 다른 책으로 넘어가서 끝을 늦게 본 것 같다.

책은 며칠 전에 완독했고, 감상평은 인스타에 간략하게 적어두었다. 다시봐도 둘은 답답하다.


신교도적인 제롬과 알리사는, 자신들의 사랑이 순수하고 정신적인 사랑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제롬은 알리사에게 약혼을 청하지만 알리사는 제롬보다 나이도 많았고, 제롬이 보다 '올바른 길'을 가길 원해 약혼을 미룬다. 둘은 자신들의 신념에 어긋나지 않도록 서로와 주변의 안부를 묻는 편지만을 주고 받았고, 알리사는 제롬을 향한 그리움에 수척해져가다 결국 죽게 된다.

제롬은 알리사의 일기장을 받게 되고, 10년동안 독신으로 살며 알리사의 집에 방문하여 그녀의 동생 '줄리에트'와 대화를 하며 끝이 난다. 결국 제롬도 알리사를 잊지 못해 결혼도 하지 않은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좁은 문" 이라는 것은, 책 구절에도 나오는데,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

 설교가 끝날 무렵, 나의 마음은 적잖이 고조되어 있었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알리사를 만날 생각도 하지 않고 뛰쳐나와버렸다. 자랑스런 마음으로 벌써부터 내 결심을 (나는 이미 결심해버렸던 것이다) 시련에 부대끼게 하고 싶었고, 당장에 그녀 곁을 떠남으로써 한결 그녀에게 값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

이 준엄한 교훈은 그 의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천성적으로 그 의무에 합당한 영혼을 찾아낸 것 이었다. 게다가 부모님이 보인 모범이 마음의 충동을 억눌러주던 청교도적 규율과 결합되어 이 영혼을 내가 '덕'이라고 부르고 싶어하던 것으로 이끌어가버리고 말았다. 나 자신을 억제한다는 것은, 남들이 자기 자신에 탐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나를 얽매어놓았던 이러한 엄격한 규율도 나를 싫증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우쭐하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미래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행복 자체라기보다는 행복을 얻기 위한 그 끝없는 노력이었다.

제롬과 알리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사랑과 욕망을 억누르고 숭고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리사는 정신적으로 지쳐 죽음에 이르렀고, 제롬은 알리사를 향한 그리움으로 홀로 살게 되었다.



알리사의 일기 중 5월 3일 월요일 저녁에 이런 구절이 있다.

주여! 제롬과 제가, 서로 함께, 서로 의지하며 당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여주옵소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형제여, 피곤하면 내게 기대렴' 하면, 상대방은 '너를 내 곁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 라고 대답하는 두 순례자처럼 인생의 길을 따라 걷게 하여주시옵소서. 아니옵니다! 주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길은, 주여, 좁은 길 이옵니다. 좁아서 둘이서 나란히 걸을 수도 없는 길이옵니다.

그리고, 알리사는 죽기 직전에 이런 말을 한다.

'나의 마음이 부인하는 이 덕은 과연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


무언가를 향한 신념은 좋지만, 결국 사람을 이렇게 망쳐놓는구나.

서로를 사랑하고 신념이 잘못된것임을 알면서도 끝까지 관철시키고야 마는 저 둘의 사랑이 참 안타깝고 바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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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일상/독서 2015. 3. 12. 00:29


인스타에 읽기 시작하면서 글과 사진을 올렸는데 정확한 날짜가 표기 안된 관계로.. 일단 2주 전이라고만 해두자. (아마 2월 말이었을듯!)

이 책은 동생에게 3-4년 전(?)생일 선물로 받은 책인데 한참 꽂혀서 읽다가 도중에 다른 책을 발견해 중단한걸 발견해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2015년은 한달에 최소 한 권 읽자고 다짐해서, 1월은 두권이나 읽었는데 2월은 좀 정신없어서 거의 다 읽은 빅 피처를 선택한건데 생각외로 오래걸렸다.

책 이야기를 해 보자면,
앞 내용은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확실히 기억은 안 나지만 주인공인 벤은 아주 좋은 직장에서 알아주는 유능한 변호사로, 주로 유서를 써 주거나 봐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30대로 젊고, 넓고 좋은 집에서, 매력적인 아내 베스와 예쁜 아들들과 지내고 있다. 취미는 사진, 하지만 하고 있는 변호사보단 사진가로 일하는걸 꿈꾸는 벤이다.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문제가 꽤 많았다.
벤은 사진가로 명성을 떨치길 원했고, 베스는 글 작가로 몇 년간 활동했지만 계속된 실패에 모든걸 포기하고 주부로 남았다. 실패의 원인은 모두 남편인 벤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 자신의 어머니도 아버지를 만나 꿈을 이루지 못했듯이, 그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

그러던 어느 날, 벤은 자신의 아내와의 거리가 느껴졌고, 근처에 사는 게리라는 사진가와 바람이 난걸 알게되었다. 게리는 부모님의 유산을 상속받아 근근히 먹고사는 무명 사진가였고, 평소 그의 근거없는 자신감과 허세 가득한 행동으로 베스는 그를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와 바람이 나다니! 벤은 충격에 빠졌지만 확실한 증거를 위해 그의 집에 방문했다가 사고로 그만 그를 죽이게 된다.

이후 고민끝에 게리의 시체를 숨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베스는 벤에게 이혼과 위자료를 요구하고, 벤은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방황하다 게리의 시체를 이용해 자신를 사고사로 위장한다. 이후 벤은 게리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벤에 대한 모든것을 떨치기 위해,
기존에 게리를 아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게리가 된 벤은 작은 마을로 도망가고,
거기서 사진을 찍으며 생활하다 루디라는 주정뱅이 작가와 얽히게 된다. 그는 가짜 게리라는게 들통날까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심하지만 결국 사진편집일을 하는 앤과 사랑에 빠진다. 앤의 도움으로 그의 뛰어난 사진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유명해져 결국 전국에 알려지게 되고, 달콤했던 게리로써의 시간은 점점 불안해져 간다.
자신의 유명사진가 데뷔 파티에서 관련 일을 하는 한 남자와 인사를 하게 되는데, 그 옆에는 벤이었을 때의 아내인 베스가 서 있었다.

게리는 당황하여 그 자리를 벗어났고, 그 과정에서 루디가 사고로 사망한다. 하지만 큰 사고라 루디가 아닌 게리가 죽어버리고 게리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하지만 운 좋게 앤만 자신이 살아있다는것을 알게되고, 앤에게 모든걸 털어놓은 게리는 앤의 도움으로 새로운 신분인 앤디로 살게 된다. 앤과 앤디, 그리고 그의 아들과 함께 세번째 인생을 지낸다.



끝이 이렇게 끝날줄은 몰랐다.
모든 잘못이 밝혀질 줄 알았는데 또다시 새로운 사람의 삶을 살게되다니.. 과연 이게 행복한 인생인지 모르겠다.

주인공 벤은 유능한 변호사로 일 하며, 좋은 집, 막대한 연봉, 매력적인 아내와 예쁜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진이라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건 취미를 넘어선 그에게 전부가 되었다.
물론 사람은 살면서 모든걸 손에 쥐고 살 순 없다. 때론 좋아하는 것을 위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아내 베스의 벤을 향한 미움과 그로 인한 외도. 이것으로 인해 벤의 욕망이 더더욱 커졌다.
아마 베스와의 관계가 괜찮았다면 지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항상 지금 이 순간을 행복이라 여기며 소중히 살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벤처럼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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